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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9회 박수량, 군자의 길을 걷다. - 상경부 尙褧賦 (2)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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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박수량, 군자의 길을 걷다. - 상경부 尙褧賦 (2)

계속하여 박수량의 상경부를 읽어보자.
내 바탕이 둔하고 어리석음을 돌아보고 顧余質之鈍愚 고여질지둔우
아침저녁으로 삼가고 수양할 생각을 하네. 思蚤夜以愼修 사조야이신수
깊숙한 방구석에서도 부끄럼이 없기를 기대하고 期無愧於屋漏 기무괴어옥루
항상 혼자 있을 때도 삼가기를 경계하고 걱정하네. 恒戒懼乎謹獨 항계구호근독

홀로 있을 때도 조심하는 것이 신독이다. <도덕경> 제15장에도 삼가여 주위를 두려워하는 자가 바로 도에 통달한 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도덕경 제15장의 일부를 읽어보자.

옛적에 도에 통달한 이는 미묘현통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대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닭에 억지로 그 모양을 그려보면,
신중하여 겨울 냇가를 건너는 것 같고, 삼가여 주위를 두려워하는 것 같고, 부드러워 얼음이 녹는 것 같으며, 투박하여 통나무 같고, 품이 넓어 골짜기 같으며, 어두워서 흐릿함과 같다.

박수량의 상경부는 계속된다.

몸은 출렁출렁 파도를 따르나 身渾渾而隨波 신혼혼이수파
마음은 고인 古人을 좋아 스스로 깨끗하여라. 心追古而自潔 심추고이자결
대저 어찌 알려지고 보여지기를 바라리. 夫豈望於聞睹要 부개망어문도요
스스로 선하고 속이 차기를 바랄 뿐이네. 自善而內積 자선이내적
신령스런 사람은 숲 우거진 골짜기에 자취를 감추고 神人晦迹於林巒 신인회적어임만
구름은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네. 雲彩洞屬乎竆 운채동속호궁
화려한 경치는 누런 흙속에 매몰되어 버리고 碧物華埋沒於黃壤 벽물화매몰어황양
용광 龍光은 두우성 斗牛星에서 비치네. 龍光上射乎斗牛 용광상사호두우
여기에서 용광은 군자 君子의 덕을 칭찬하여 이르는 말이고 두우성은 북두성 北斗星과 견우성 牽牛星을 말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또한 어찌 근심하랴 人不知之亦何患 인부지지역하환
단지 마음이 미덥고 수양이 되어 있다면 惟中情之信修 유중정지신수
공자와 안회를 스승으로 삼기를 희망하네. 希孔顔而私淑兮 희공안이사숙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또한 어찌 근심하랴. 이 글은 <논어> 책 맨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과 비슷하다.

논어의 맨 첫 머리를 읽어보자.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不慍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인부지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공자(BC 551- BC 479)는 춘추 시대 노나라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다. 그는 이상 理想 정치를 행하고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나라에서도 등용되지 못하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오고 만다. 때로는 상갓집 개 취급을 당하고 때로는 도적으로 몰리기도 하는 고생을 하였지만 공자는 제후들이 그를 알아주지 않음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탓으로 돌렸다.

논어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한편 박수량은 공자와 안회를 스승으로 삼고자 하였다. 공자는 4대 성인중의 한 사람이니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반면에 안회에 대한 설명은 조금 필요하리라.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로서 학문하는 선비중에 최고로 치는 사람이다. 안회의 자는 자연(子淵) 또는 안연(顔淵)이다. 공자보다 30세 아래였다. 안회는 덕의 실천에서 가장 뛰어났다. 그는 가난하고 불우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연구와 수덕(修德)에만 전념하여, 공자의 제자 가운데 가장 겸허한 구도자 求道者의 상징이 되었다.

안회는 안빈낙도 安貧樂道의 구도자이었다. <논어> ‘옹야’ 편에는 공자가 안회의 안빈낙도에 대하여 한 말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질도다. 안회여! 한 대그릇의 밥을 먹고,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면서 누추한 거리에 살고 있으니. 보통사람들은 그런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이 변치 않는구나. 어질도다. 안회여!”

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자왈, 현재 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루항, 인물감기우, 회야불개기락 ,현재 회야!

한편 안회가 죽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라고 두 번 탄식했다 한다.

나중에 안회가 죽고 나서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어 보았다.
“선생의 제자 중에서 학문을 좋아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공자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안회겠지요. 어떻든 그는 학문만 생각했습니다.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는 일도 없으려니와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찍 생을 마쳤습니다만, 그 뒤 그만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박수량의 부를 읽어보자.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지 않고 仰不怨兮 앙부원혜
땅을 굽어보아 허물잡지 않으리. 俯不尤懼 부불우구
이 뜻이 혹시라도 변할까 두려워 此志之惑渝兮 차지지혹유혜
스스로 힐책하며 애를 써보네. 斯自訟以勉强 사자송이면강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지 않고, 땅을 굽어보아 허물잡지 않으리라는 글은 <맹자> ‘진심장’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통일된 천하의 임금이 되는 것은 여기에 끼지 못한다.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우러러보아도 하늘에 부끄럼이 없고 굽어보아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二樂也 앙불괴어천 부불작어인 이락야), 천하의 인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학자이고 웅변가이다. 그는 정치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의를 우선적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즉 패도정치가 아닌 왕도정치 구현을 주장하였다.

군자삼락중 하나인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바로 인의를 행하는 일이다. 부끄러워 할 줄 마음(羞惡之心)은 의롭게 살아가려는 단초(義之端也)이다. 정치가란, 공직자란, 선비란 무릇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문득 애국시인 윤동주(1917-1945)의 <서시>가 생각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경계하여 말하기를 箴曰 잠왈
비단 옷은 겉옷을 걸쳐야 한다고 하였거니 錦以尙褧 금이상경
그 무늬를 감추고자 함이네. 欲含其章 욕함기장
그 무늬를 감추고자 함은
그 빛을 나타내지 않으려 함이네. 不顯其光 불현 기광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경褧은 비단 옷을 입었을 때 그 화려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겉에 입는, 모시 같이 얇은 천으로 만든 홑옷을 말한다. 왕족이나 사대부 집안의 부인들은 비단 옷의 문채가 너무 드러나서 다른 사람들 눈에 너무 뜨일까 보아 경의 褧衣를 입었다 한다.

군자는 군자의 덕을 감추고 君子之晦君子之德 군자지회군자지덕
소인은 소인의 악을 드러내는 법이라네. 小人之箸小人之惡 소인지저소인지악

이 마지막 구절이 바로 상경부의 결론이다. 군자는 겸허하고, 소인은 잘난 체 한다. 군자는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의 義의 길을 걷는다. 청백리의 길은 겸허하고 드러내지 않으며 의롭게 사는 것이다.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