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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포대에서 청렴을 생각하다.-강원일보 칼럼
작성자 관리자
내용
경포대에서 청렴을 생각하다.-강원일보 칼럼

강릉 경포대 鏡浦臺를 간다. 경포대에는 조선 중종 임금 시절에 강원도 관찰사를 한 심언광의 시와 숙종 임금의 어제 御製 시 등이 걸려 있다. 경포대라고 써진 현판이 두 개나 붙어 있고 제일강산 第一江山이란 편액도 있다.

마루에 앉아서 바로 앞에 보이는 경포 호수를 바라본다. 호수는 너무 맑고 잔잔하다. 정말 거울처럼 모습이 환히 보이고 청정하다.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 개나 뜬다고 한다. 하늘에 있는 달과 바다에 뜬 달,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술잔에 비친 달, 그리고 임의 눈동자에 있는 달! 참으로 풍류가 있다. 그래서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 이 ‘관동별곡’에서 경포대를 가장 칭송하였나 보다.

한편 중종 임금 시절에 여기를 다녀 간 벼슬아치 한 사람이 경포 호수를 바라보고 시 한 수를 읊었다.

경포대 鏡浦臺
거울 면인양 평평하고 수심은 깊은데
단지 사람 모습만 비추고 사람 마음은 비추지 못하네.
만약 속마음을 몽땅 환하게 비춘다면
응당 알겠거니와 경포대 위에 머물 사람이 드물 것이네.

鏡面磨平水府深 경면마평수부심
只鑑人形未鑑心 지감인형미감심
若使肝膽俱明照 약사간담구명조
應知臺上客罕臨 응지대상객한임

이 한시처럼 거울 같은 호수에 사람 모습만 비치어서 다행이지 사람의 속마음까지 환히 비친다면 어느 누구가 경포대에 오를 것인가. 자신 있게 오를 사람은 몇 사람 안 될 것이다. 청렴한 사람, 깨끗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만 찾아올 것이다. 아예 탐욕한 자는 마음이 드러날 까 보아 이곳에 안 올 것이고, 낮에는 깨끗한 척 하지만 밤에는 더러운 행동을 보이는 박쥐같은 사람은 검은 마음이 탄로 날 까 보아 경포대에 안 오르리라.

이 한시를 지은 사람은 명종시절 청백리 박수량이다. 2011년 10월 하순에 KBS 1 TV ‘한국의 유산’에 방영된 바 있는 백비 白碑의 주인공이다.

전남 장성 소나무 숲
한 묘지 앞을 지키는 낯선 비석

이름도, 내용도 없이
단 한자의 글자도 새기지 않아
붙여진 이름 백비 白碑

이곳에 묻힌 이는
조선의 선비 박수량 (朴守良 1491-1554)

중종실록, 인종실록 편찬
충청도사, 동부승지, 형조판서...
39년의 공직생활
그러나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청빈한 삶
그가 죽었을 때 집에 돈이 없어
가족이 상여를 메고 고향도 가지 못하니
신하들이 임금께 청하여 겨우 장사를 치렀다.
(명종실록 1554년 1월19일)

그리고 왕이 하사한 묘비
공을 적어 그 덕을 기릴까
글자 하나 새기지 않는 깊은 뜻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지킨
청렴의 절개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이름
조선의 청백리

박수량은 경포대에 와서도 자연 경치를 감상하기 보다는 청렴결백을 생각하였다.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염원하였다. 조선 중종, 명종 시절은 부정부패가 극심한 시대이었다. 훈구 대신과 왕실 외척들의 탐욕이 극에 달하여 부정부패가 유행병처럼 번지었고 백성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하여 홍길동 같은 의적도 나오고 임꺽정 같은 대도 大盜도 나왔다. 박수량은 심언광이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이었을 때 사무총장격인 사간을 하면서 부패한 재상들을 여러 사람 탄핵하여 파직시키기까지 하였다. 당시에 두 사람은 공직자 비리 조사와 부정부패 청산에 앞장섰다.

박수량의 시를 감상하니 마음이 숙연하여 진다. 경포대에서 단순히 경치만 구경한 것이 부끄럽다. 요즘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고 있다. 정권 실세의 비리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하위직 회계공무원이 76억 원이나 횡령한 사건이 일어나 국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공직자의 청렴성을 고취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의미로 경포대에 청백리 박수량의 시를 편액으로 만들어 걸어 놓으면 좋겠다.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