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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5회 관수정에서(1) - 송흠의 관수정기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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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관수정에서(1) - 송흠의 관수정기


관수정에서

지지당 송흠 선생 묘소에서 묘갈명을 살펴 본 필자는 발걸음을 관수정 觀水亭으로 옮긴다. 묘소에서 내려다보니 관수정 아래는 개천이다. 이 개울이 바로 선방산 아래 있는 용암천이다.

관수정 觀水亭은 ‘물을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인데, 송흠이 1540년에 지은 정자이다. 그는 1539년에 9월에 병조판서 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해 11월에 부인 봉씨가 별세한다. 이 때가 그의 나이 81세이었다. 이후 그는 선방산 아래 용암천가에 관수정을 지었고, 그곳을 왕래하며 노년을 지냈다. 관수정은 그가 거처하던 삼계면 주산1리 정각 마을과는 15 리 정도 떨어진 곳이다.

관수정은 여러 번 고쳐지었다. <지지당 유고>에 있는 관수정 중수기중에는 기영정에서 송흠에게 잔치를 베풀어 준 전라관찰사 규암 송인수(1499-1547)의 후손 송환기가 1791년에 지은 기문 記文과 함께, 조선 후기의 거유 노사 기정진(1796-1879)이 지은 기문도 있다. 세월이 흘러서 지금의 관수정은 도로변 근처에 있고 용암천도 물이 얼마 없으나, 예전에는 용암천이 깊은 골짜기를 돌고 돌아 물이 흐르고, 관수정도 그 개울을 바라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위에 지어졌을 것이다.

조선의 뭇 선비들은 한 결 같이 노년에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세월을 낚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남도에는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요월정, 풍영정, 연계정, 독수정, 풍암정 등 많은 정자가 세워진 것이리라.

관수정에 들어섰다. 먼저 들어오는 것은 관수정 觀水亭이라고 써진 현판이다. 이 글씨는 전주 출신 서예가 강암 송성용이 썼다. 관수정은 방 한 칸과 마루가 있다. 정자 한 쪽에는 송흠 선생이 썼다는 가훈 비가 있다.

정자 마루로 올라간다. 마루 기둥 위에는 여러 개의 편액이 붙어 있다. 편액들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잘 알 수가 없다. 관광객을 위하여 한글로 번역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튼,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방 바로 위에 붙어 있는 편액이다. 거기에는 원운이라고 적힌 편액과 근차 謹次라고 적혀 있고 ‘문인 홍문응교 면앙 송순’이라고 써진 편액이 걸려 있다. 그 왼편에는 편액이 세 개이다. 하나는 송흠의 아들 익경, 두 번째는 하서 김인후. 세 번째는 모재 김안국이 쓴 한시이다. 다시 대들보 앞으로 시선을 옮기니 거기에는 임억령, 양팽손, 그리고 내역을 잘 알 수 없는 편액이 있다.

계속하여 편액을 살펴본다. 대들보를 지나서 한 곳에는 홍언필, 성세창, 김익수, 신광한, 안처함 이름이 보이고, 대들보 맞은편에는 관수정기라고 적힌 편액이 있다. 관수정기 맨 마지막 부분에는 지지당 주인 자서 自敍 라고 적혀 있다. 그 옆에는 소세양이 쓴 편액이 있고, 또 정사룡, 이문건, 나세찬, 정희홍, 노극창, 정순명, 강종수, 오겸, 유부, 유사, 박우, 송호림 이름이 적힌 편액들도 있다.

이 편액을 모두 세어보니 서른 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들이 모두 송흠 선생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송흠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 편액에 글을 쓴 인물과 일화를 잘 풀어내면 좋은 문화관광거리가 될 것 같다.


송흠의 관수정기 觀水亭記

필자의 가장 큰 관심은 지지당 송흠이 지은 관수정기와 관수정 시이다. 먼저 정자 중간 대들보 한곳에 붙어있는 관수정기를 자세히 살펴본다. 관수정기의 한문 편액은 余(덧말:여)平生(덧말:평생)所觀(덧말:소관)亭(덧말:정)...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知止(덧말:지지)堂(덧말:당) 主人(덧말:주인) 自敍(덧말:자서)라고 적혀 있다.

마침, <지지당 유고>책을 가지고 있었기에 책에서 관수정기를 찾았다. 이 글을 읽어 보자

관수정기

내 평생에 구경한 정자가 많았다. 그 중에도 지세가 높고 시원하며 산수가 빙 둘러싸여 멀리 바라보면 마음과 눈을 상쾌하게 하는 곳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저 깊은 산과 험한 골짜기에 시냇물이 구불구불 굽이쳐 흐르다가 산기슭 끝에 닿아서는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널리 뻗쳤으니 저 깊고 넓은 강한 江(덧말:강)漢(덧말:한) (양자강과 한수)같은 것이 없다.

내가 지금 다행히도 그런 곳을 얻었으니 어찌 하늘이 아끼고 땅이 숨겨둔 후에 드러낸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두어 칸의 정자를 시냇가에 얽어 만들었으니 대체로 물가에서 가까워 관람하기에 편리함을 취한 것이다.

내가 저 하늘의 한 가운데에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황금빛과 푸른빛이 물에 떴다가 잠기곤 한다. 물 위에 바람이 불어오면 비단결에 문양이 생겨난다. 보슬비가 내리다가 잠깐 개이면 짙고 옅은 그림자가 일렁인다.

바람이 불다가 물결이 고요하면 물속에서 헤엄치는 고기비늘까지 세어볼 수 있고, 아침 햇살과 저녁 그늘에 기이한 모습과 만 가지 형상, 이는 모두가 정자의 아름다운 절경이다.

그러나 이것은 외견에 불과한 것으로, 그 물결을 보면 물에 근본이 있음을 알며, 그 맑음을 보면 마음의 사악한 점을 씻게 되니, 그런 연후에야 가히 물의 참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자손들은 여기에 힘쓸지어다.

필자는 마지막 대목을 다시 한 번 음미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여 본다.

그 물결을 보면 물에 근본이 있음을 알며, 그 맑음을 보면 마음의 사악한 점을 씻게 되니, 그런 연후에야 가히 물의 참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자손들은 여기에 힘쓸지어다.


편액의 맨 마지막에는 知止(덧말:지지)堂(덧말:당) 主人(덧말:주인) 自敍(덧말:자서)라고 적혀 있다. 지지당 知止堂이란 송흠의 호인데, 멈출 줄을 아는 집(堂)이란 뜻이다. 지지 知止는 ‘멈추는 것을 안다’는 의미인데 <노자> 제44장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래 갈 수 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고 하였고, <대학>에도 “멈춤을 알아야 뜻을 정할 수 있다 知止而后 有定” 고 하였다. ‘멈출 줄 아는 것’은 절제와 신독 愼獨이다. 청렴과 검소로 가는 길이다.

한편 <지지당 유고>의 관수정기 맨 마지막에는 시가 붙어 있다. 그래서 이 시가 적혀 있는 편액을 찾았다. 방 위 기둥에 있는 <원운>이라고 적힌 편액 앞으로 갔다. 여기에 적힌 한자를 읽어 본다.

위구임류하역, 한노부무일불... 안요취청란세, 아간

편액은 한 줄에 6자씩 적혀 있다. 가지고 있던 <지지당 유고>책에 나온 시와 비교 해보니 이 시가 바로 관수정시이다. 관수정시는 7언4구 시가 두 수이다.


제1수

危(덧말:위)構(덧말:구)臨(덧말:임)流(덧말:류)夏(덧말:하)亦(덧말:역)寒(덧말:한)
老(덧말:노)夫(덧말:부)無日不(덧말:무일불)憑(덧말:빙)欄(덧말:란)
旣(덧말:기)專(덧말:전)谷(덧말:곡)日(덧말:일)雙(덧말:쌍)溪(덧말:계)水(덧말:수)
奚(덧말:해)羨(덧말:선)龍門(덧말:용문)八(덧말:팔)節(덧말:절)灘(덧말:탄)

제2수

靜(덧말:정)影(덧말:영)沈(덧말:침)光(덧말:광)眞(덧말:진)可(덧말:가)樂(덧말:락)
晴(덧말:청)粧(덧말:장)雨(덧말:우)抹(덧말:말)最(덧말:최)堪(덧말:감)觀(덧말:관)
千(덧말:천)姿(덧말:자)萬(덧말:만)態(덧말:태)渾(덧말:혼)迷(덧말:미)眼(덧말:안)
要(덧말:요)取(덧말:취)淸(덧말:청)瀾(덧말:란)洗(덧말:세)我(덧말:아)肝(덧말:간)


제1수

물을 바라보고 우뚝하게 지은 집 여름에도 시원한데
늙은이(老夫)는 날마다 난간에 기대어 선다.
골짜기는 두 시냇물이 모두 차지하니
어찌 중국 용문의 팔절탄을 부러워하리.

제2수

물속에 빛나는 고요한 그림자 참으로 즐길 만하고
날이 개이면 비에 씻긴 모습 즐겨보리
천만가지 모습들이 눈앞에 어지럽지만
푸른 물결 떠다가 내 속마음을 씻고 싶네.




제1수에서 송흠은 관수정을 흐르는 개울을 중국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나다는 용문의 팔절탄에 비유한다. 용문의 팔절탄 龍門(덧말:용문) 八(덧말:팔)節(덧말:절)灘(덧말:탄)은 중국 하남성 낙양부근에 있는 용문 근처에 있는 여울로, 이곳에 시인 백거이가 정자를 짓고 노인들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 한다. 용문은 등용문이라는 단어가 유래한 지명으로 황하 黃河 상류에 있는 계곡의 이름이다.

이 계곡은 너무 물살이 빨라서 큰 잉어도 그 곳을 오르는 것이 어렵다 한다. 그렇지만 그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그 잉어는 곧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전설에서 등용문은 입신 출세의 길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관수정시는 7언4구시가 두개인 칠언율시이다. 이 시의 운 韻은 寒(덧말:한), 欄(덧말:란), 灘(덧말:탄),觀(덧말:관),肝(덧말: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운을 넣어서 차운 시를 지는 것이 한시의 원칙이다.

관수정기와 시를 모두 읽고 나니 노자의 글과 공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즉 <노자 도덕경 老子 道德經>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와 <논어>에 나오는 요산요수 樂山樂水 가 그것이다. 먼저 노자 제8장의 상선약수부터 읽어 보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나니 (上善(덧말:상선)若(덧말:약)水(덧말:수))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도 다투지 않고 (水(덧말:수)善(덧말:선)利(덧말:리)萬物(덧말:만물)而(덧말:이)不(덧말:부)爭(덧말:쟁))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處(덧말:처)衆人(덧말:중인)之(덧말:지)所(덧말:소)惡(덧말: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故(덧말:고)幾(덧말:기)於(덧말:어)道(덧말:도))

땅처럼 낮은 곳에 거하고
마음은 연못처럼 고요하며
같이 어울릴 때에는 아주 인자하고
말에는 신의가 있고
발라서 잘 다스려지고
일에는 매우 능란하고
움직임이 때를 잘 맞춘다.

오직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다.

다투지 않고 물처럼 사는 인생.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겸손하게 사는 처세.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선하게 살려는 다짐을 하고 유유자적하고자 하는 것이 물의 철학이다.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는 요산요수 樂山樂水는 <논어> 옹야 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인자한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며, 인자한 사람은 장수한다.

子(덧말:자)曰(덧말:왈), 知者樂水(덧말:지자요수) 仁者樂山(덧말:인자요산) 知者(덧말:지자)動(덧말:동) 仁者(덧말:인자)靜(덧말:정) 知者(덧말:지자)樂(덧말:락) 仁者(덧말:인자)壽(덧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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