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시작하지 말고 충분한 자본금 준비해야
2015-12-28조회수 : 1528

‘빚’ 내서 시작하지 말고 충분한 자본금 준비해야
이름 : 장규섭
귀농한 해 : 2010년
재배작물 : 감
2010년 10월 5일. 장규섭씨는 장성으로 이사 온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강원도 횡성에서 분재와 콩 농사를 짓던 장규섭씨는 가족과 함께 장성군 북이면으로 이사 왔다.
“해남에서 비료사업을 하려고 가던 중에 백양사에 들렀다가 대봉감에 매료됐죠. 그래서 감으로 유명한 장성에 귀농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장씨는 귀농인들이 새로운 곳에 땅을 일궈 작물을 심게 되면, 수확을 하기까지 몇 년간은 소득이 없어 전전긍긍하며 지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리고, 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을 물색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북이면 원덕리, 지금의 농장이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아늑하면서 바람이 그리 세지도 않은 감 농장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땅을 팔겠다던 주인은 쉽사리 농장을 주지 않았다.
주인의 말만 믿고 의욕에 차 고가의 농기계를 구매한 장규섭씨는 땅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농기계를 놀릴 수 없었기에 구매가격의 반값도 못 받고 중고로 되팔기도 했다.
장규섭씨는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8개월간 차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주인 내외에게 통사정했다.
결국 그의 노력에 노부부는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며 감 농장을 내놓았다.
“귀농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였습니다. 농장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자본금을 준비해뒀지만 여의치 않더군요. 강원도에서 살다 전남으로 내려오려니 가족들의 반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요.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농사가 잘 됐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븣븣. 지난해에는 태풍이 연거푸 들이닥치면서 감나무 뿌리가 땅 위로 다 노출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어요. 지난해 감 농사가 괜찮았더라면, 버섯 재배에도 뛰어들어볼 생각이었는데,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올해 다시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장씨는 귀농 이후 바뀐 생활에 만족한다. 강원도에서도 농사를 짓긴 했지만, 이곳에 오니 마음이 더 편하고, 괜히 더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감나무 재배에 충실하되, 감 농사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야생버섯도 본격적으로 연구해볼 생각이다.
장규섭씨는 “예비귀농인들이 자세한 정보와 철저한 준비성을 가지고 귀농을 생각했으면 한다. 농지도, 돈도 없는데 자금지원을 받아 귀농하면 되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는데, 일단 빚으로 시작하게 되면 빚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작물을 재배해 수익을 거두고, 그 자본을 발판삼아 다른 작물에 도전해야지, 빚을 내서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귀농을 쉽게 결정하는 이는 없겠지만, 고민, 또 고민해야 한다. 농사는 하늘이 말해주는 것이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다”고 말했다.
- 2013년 사례집 [나는 장성에서 행복하다]-